부모님의 교육 방식이나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부모가 자식의 모든 걸 다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더라고요. 저희 엄마 역시 그런 편이셨는데 일기장이나 휴대폰 검사에서부터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도 들여다보고, 책상 서랍도 수시로 열어보셨어요.
왜 남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시냐고 대들 때마다 남이 아니라 부모이기 때문에 자식에게 어떤 일이 있는지 모두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자녀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자녀에게도 분명 개인적인 사생활이 있는 건데 너무 하지 않나요?
자녀의 사생활을 대체 어디까지 알아야 하며 왜 부모 자식간에도 사생활을 보호해주어야 하는 걸까요?
부모가 자녀의 사생활을 몰래 들여다보는 이유
아주 어릴 때는 부모의 보호와 통제 아래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따로 사생활 개념이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 입학하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들만의 비밀이 생겨나기 시작하죠.
특히 부모님께 절대 말하면 안 되는 비밀도 생기기 시작하는데 알고 보면 사소한 것이거나 혼날까 봐 두려워서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경우엔 솔직히 말을 안 하더라도 표정이나 몸짓에서 어딘가 어색한 티가 나기도 합니다.
분명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것 같은데?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녀의 일상이 궁금하기도 하고, 학교 생활은 잘 하고 있는지, 어떤 친구들과 어울리는지 등등의 많은 것들이 궁금해집니다. 자녀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알고 싶은 것도 더 많아지시는 것 같더라고요.
나쁜 길로 빠지거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스러운 걱정과 이성교제 문제 등으로 인해 자녀의 사생활에 간섭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감시보다는 보호의 목적이지만, 자녀 입장에서는 이런 간섭 자체가 굉장히 불쾌할 수 있어요.
사생활은 누구나 보호받아야 할 권리니까요.
자녀의 사생활을 지켜줘야 하는 이유
부모가 자식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고 알려고 할수록 자녀와의 거리는 오히려 멀어질 수 있습니다. 누군가 나의 사생활이나 비밀을 알려고 할수록 더 꽁꽁 숨기게 되지 않나요?
나의 사생활이 알려져도 상관없는 부분도 있고, 아무리 부모 자식 사이라도 창피하고 부끄러운 부분도 있어요. 내가 감추고 싶은 부분을 들켰다고 생각하면 굉장한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고요.
내 앞으로 온 우편물이나 택배를 먼저 뜯어보시고, 내가 없을 때 내 방 구석구석을 샅샅이 살펴보신다고 생각하면 집에는 나만의 개인적인 공간이나 사생활 자체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집이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불편한 공간이 될 수 있어요.
이럴수록 부모와의 대화는 줄어들고 나만의 사생활을 숨기기 위한 비밀 장소를 찾게 되거나, 아주 사소한 작은 것까지 모두 숨기게 될 수 있습니다. 일단 이런 관계가 형성되고 나면 관계를 다시 개선하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나이와 상관없이 자녀는 한 인격체로서 개인적인 생활이 분명 필요하며 그것을 스스로 공개할 때 까지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자녀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존중해 줄수록 부모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그만큼 사이가 가까워질 수 있어요.
내가 몰래 자식의 사생활을 캐보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스스로 비밀이나 고민같은 것들을 마음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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