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털어놓을 때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

나의 걱정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주변에 보면 사실 깊은 속내를 맘 편히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분들이 훨씬 많습니다.

 

나의 비밀이나 심각한 고민을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된다고 하는 의견도 많은데요, 결국 나의 약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분명 믿고 이야기했는데 상대가 비밀을 지키지 않더라도 내 입에서 떠난 순간 책임은 오로지 내 몫이 되는 것 같습니다.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필요하지만

친구 사이에서 서로 비밀을 털어놓는 것이 우정의 척도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어요. 교환 일기장을 쓰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을 주고 받기도 했고요, 친구가 고민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섭섭하게 여기는 친구들도 많았고요.

 

나는 정말 심각한 고민을 너한테만 털어놓았는데 너는 왜 걱정이나 고민같은 걸 나한테 말하지 않는 거야?

 

어릴 때야 가족들한테 숨기는 비밀이나 고민이 있어도 무조건 친구한테 먼저 털어놓는 게 습관이었는데요, 진실 게임을 하더라도 정말 순진하게 모든 걸 본인 입으로 밝히고 말았죠.

 

그렇게 나의 깊은 비밀이나 걱정 등을 털어놓는 순간, 그 당시에는 진짜 속이 후련하고 상대방이 영원히 내 편이 되어줄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인간관계라는 게 그렇게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아요.

 

나의 고민과 함께 흘러가다

 

단짝이었던 십 년 지기 친구가 하루아침에 남이 되기도 하고, 뜻밖에도 절천지원수 사이로 관계가 변하기도 합니다. 그때부터는 상대방이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공포로 다가오게 됩니다.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이야기하지 말 걸...

 

이런저런 일들을 겪다 보면 사람을 너무 깊게 믿어서도 안 되는 것이고, 나의 진짜 고민이나 비밀 같은 건 절대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안 되겠구나 마음을 고쳐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비밀이 많은 사람, 별 것도 아닌데 다 비밀이래요

비밀이 많은 사람, 별 것도 아닌데 다 비밀이래요

 

물론 영원히 입을 꾹 다물고 비밀을 지켜주는 친구도 있긴 하죠. 그런데 걱정을 털어놓는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친구가 마음이 변해서 다른 사람에게 몰래 말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생길 수 있어요.

 

친구를 못 믿는다기 보다는 실수로 말할 수도 있고, 이미 내가 말을 꺼낸 순간 이 세상에 나만 아는 비밀이 아닌 게 되는 거니까요.

 

누군가에게 고민이나 걱정을 털어놓았을 때 절대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은 완전히 나의 입장을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과 혼자만 알고 있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이해해 주고 다독여주더라도 완전한 내가 되어보지 않은 이상 완벽하게 내 마음을 모두 알 수는 없어요. 암묵적으로 비밀을 지켜주길 바라고 이야기했지만, 그걸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다녀도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노릇이고요.

 

근심이 가득한 나의 얼굴을 보고, 나는 무슨 이야기든 들어줄 자세가 되어있다고 다가오지만, 상대방은 결국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가족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이유는 성격상 화부터 내거나, 아니면 나 대신 더 힘들어할까 봐 등의 이유가 있는데요, 그렇다고 혼자만 끙끙대는 건 나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안 좋은 습관입니다.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다면 차라리 정말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곳에 익명으로 고민을 털어놓는 방법과 동물이나 식물, 사물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기를 쓰면서 나의 마음을 정리하는 것도 좋지만, 혹시나 누군가 내 일기를 몰래 볼까 봐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인간에 관한 연구] - 인간은 걱정하는 습관만큼 노화한다

인간은 걱정하는 습관만큼 노화한다

 

걱정 인형에게 나의 고민을 넘기기로 했어요!

걱정을 많이 한다고 걱정이 없어지지는 않죠.